남편이 새우처럼 꼬부리고 잔다.
1시간 27분전 154 1 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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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사온지는 2주 째.
뱃속의 아이는 12주 째.
연애할 때 구두신어서 발아프다고하자
자기 운동화를 내어주고 내 구두를 신고 걷던 30대 청년은
꿈도 많아 일주일에 절반은 밤을 새다시피하며 공부와 작업으로 지새운 20대를 지나
마흔 목전에 결혼식을 올리고
사십대 중반이 꺾일 때 첫 애를 보게 생겼다.
이사오기 전도 바쁘더니 이사 후에는 더더욱 남편은 오롯이 쉬질 못한다.
야근일은 야근일대로, 정시퇴근하면 하는대로, 주말에는 주말대로 무언가 일이 있었다.
작업실과 집을 합쳐 이사하는 거라 짐 정리는 해도해도 끝이 없고
이사온 집은 40년 된 단독주택이라 손 볼 곳이 계속 나온다.
먼지알레르기로 사람이 죽기도 하겟구나 싶을 정도로 뒤집어진 와이프 대신에 온 집을 손걸레질하느라 며칠, 각 방마다 짐을 넣고 수납할 것들 자리잡느라 또 며칠,
세탁기 배송이 열흘정도 걸려 그 사이 코인세탁소를 두번은 다녀왔고
어제 도착한 건조기는 이틀째 쉴새없이 열일중이다.
삼주 전쯤에 하고싶어하던 게임을 사둔 남편은
오늘은 꼭 게임할거야, 주말엔 꼭 아무것도 안하고 게임할거야, 내일은 꼭 빈둥거리면서 게임할거야 하더니
집 여기저기를 손보다가 12시즈음 기껏 게임을 켜는 동안 잠들어버리곤 했다.
오늘은 점심먹고 침대에 몰아넣어 게임하라고 자리를 깔아주었는데
한 30분쯤 하더니 새우처럼 꼬부리고 잔다.
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한다.
나는 누군가와 결혼해서 그걸 이렇게 길게 유지하게 될줄은, 매일 아침 문앞에서 뽀뽀로 배웅할줄은, 6시에 깨어 아침을 차리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. (임신하고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는 새나라의 임산부가 되어 어쩌다보니 아침을 차려주고 있네요)
남편은 알았을까? 본인이 이렇게 헌신적인 가장이 될줄?
와이프 발톱을 깎아주게 될줄?
출처: 오늘의유머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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